1학년은 순탄했다. 시온이는 듣기에 다른 아이들보다 많은 에너지를 투자해야 했기에 집에만 오면 녹초가 되어 쓰러졌지만, 나름대로 잘 적응하고 있는 듯 했다. 친구들과도 잘 지냈고 시간을 내어 간 학부모 상담에서도 교사로부터 크게 별 말을 듣지 못했기에 혜진으로서는 당연한 믿음이었다.
그러나, 1학년을 마치고 맞이한 방학에 이런 믿음은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새로운 학년의 교과내용을 예습하려던 터에 아이가 기본적인 수준조차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혜진은 한동안 충격에 휩싸였고, 간신히 마음을 추스린 후 아이에게 들은 상황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아이는 학교 도처에 있는 소음상황에서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하고 있었다. 강당, 운동장 등 소리가 울리는 공간뿐만 아니라 교실에서도 책상 끄는 소리, 아이들이 소리지는 소리, 뛰는 소리 등 모든 소리가 듣기에 제약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거나 재질문하기보다는 들리는 척 넘어가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는 막 거의 안 들리고 강당에서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고 이게 진짜 현실로. 재활이 됐어도 이거는 기기의 한계이기 때문에 안 돼요. 웅성웅성할 때는 하나도 못 들어요. 어디 놀러 가서 애들끼리 막 노는데 규칙 못 들어요. 그러더라고요.” (유00, 난청아동 부모)
“열심히 막 7년 동안 진짜 일주일에 두 번, 세 번, 많게는 다섯 번씩 재활을 다니면서 이제 너무 잘하게 돼서 딱 학교를 갔는데 학교 환경은 우리가 연습할 때 대부분 막 이런 소음 속에서 말하는 거 아니면 자동차 있는 속에서 말하는 거, 보통 이렇게 훈련을 해요. 그게 소음이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근데 학교에서의 실질적인 소음은 내가 선생님 말 들어야 하는데 옆에서 장난치는 소리, 옆반에서 선생님이 애들한테 소리치는 소리, 복도에서의 소리 이런 게 다 소음이란 말이죠. 근데 그런 것까지 훈련을 하기는 어렵죠.” (이지아, 청음복지관 언어재활팀 사회복지사 및 언어치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