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기초조사서는 혜진의 생각과는 달랐다. 우선 보조공학기기를 신청할 수 있는 칸이나 아이의 인공와우 기기를 설명할 수 있는 칸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았다. 주로 묻고 있는 학습에서는 교과내용에 맞게 아이의 학습수준을 적어달라고 하는데 이 부분에 관해서는 아는게 많지 않았다. 게다가, 생활수준에서는 자조기술에 관해 묻고 있었는데, 별달리 적을 게 없었다.
결국 혜진은 사전조사서를 몇 줄 적을 수 없었다. 대신에 아이의 인공와우 기기나 FM시스템에 관한 자료를 별도로 가져가기로 결심했다. 인공와우 회사에서 발간한 코클리어 자료집과 청력검사지, 언어평가지 등 각종 자료를 챙겼다. 그러나, 여전히 혜진은 걱정을 멈출 수 없었다. ‘선생님께는 어떻게 말씀드리는 게 좋을까, 부담스러워하시지는 않을까, 이 자료들을 읽어보시기는 할까, 아이의 어떤 사항들을 말씀드려야 좋을까.’ 그러나, 이에 대한 답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개별화교육을 겪어보지 못했으니까 아예 그냥 안 해봤으니 막연히 누가 가야 하고 누가 있는 게 맞으니 내가 그렇게 요청을 해야 되고 이런 그런 자리에서 내가 어느 정도 선까지 말씀을 드리는 게 그들을 너무 부담스럽게 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아이에게 그래도 최소한의 환경 세팅을 해줄 수 있는 걸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잘 감이 오지 않더라고요.” (정00, 난청아동 부모)
“입학할 때 일주일 가까이 시간날때마다 인공와우와 관련된 서류들을 검색하고 모으고, 또 양이 너무 많아서 간추리고 또 간추려서 입학식 날 담임선생님께 드린 상태였어요. 코클리어 N7으로 양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미니마이크 사용법에 관한것도 적어보내고, 너무 걱정되는 마음에 여러장의 편지도 적어 보냈었구요. 줄인다고는 했지만 너무 많은 양을 보냈기에, 선생님이 다 읽어보셨을지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개별화회의 할 때는 의견서에 그것을 토대로 다시 작성하긴 했지만, 제대로 잘 한것인지, 더 요구할 사항이 있는 것인지, 무엇을 어떻게 적어야 좋은 것이였는지, 확실한 지표가 없다보니, 아직도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는 기분이에요.” (이00, 난청아동 부모)
“매년 미리 만나서 이 아이의 장애에 대해서 설명드리고 싶다라는 것도 저도 그냥 아이가 처음에 첫째가 그냥 학교에 입학할 때 아무것도 학교에 대해서 모를 때는 그게 정말 맨 땅에 이렇게 “만나주세요. 이런 일이 있어요. 우리 아이가 이런 장애에 어려움이 있어서 이렇게 도와주세요”라고 말하기가 진짜 너무 방법도 모르겠고 분위기도 모르겠고 괜히 너무 오버해서 나대는 거 아닐까라는 속으로 걱정도 하게 되고 했는데 그런 말들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으려면은 내가 어쨌든 학교에 뭔가 봉사를 하거나 가까이에서 몸 담고 있어야 되겠구나라는 거를 많이 느껴서 그런 거를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고 있어요.” (김00, 난청아동 부모)
“아무래도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죠. 자료를 제가 준비를 해야 되고 그러니까 이게 청각장애를 모르시니까 도와주고 싶어도 몰라서 못 도와주는 게 많다 보니까 엄마인 제가 다 이제 알아서 다 준비를 해가고 이런 기기가 이런 보조기기가 있어요. 내년 예산에는 이거 꼭 배정해 주세요라는 거를 미리 제가 이제 말씀을 드리거든요. 그런 거를 이제 제가 알아서 해야 된다는 게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죠.” (김00, 난청아동 부모)
부모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요청에서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