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위한 ‘적절한’ 해결법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 팀 프로퍼(Proper.)입니다.
프로퍼는 어떤 문제를 바라보았을까?
부모에게 종속된 체류 자격을 가진 이주배경 청소년의 성인기 이후 체류 불안으로 인한 진로 설계 어려움
1. 서론
“이주배경 청소년의 부모와 연결된 비자는 그들이 미성년일 때까지만 유효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실을 많은 학생들이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20살 이후 그들이 대학교에 입학하거나 전문 취업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미등록, 즉 불법 체류자가 되어버려요.” - 이주와 인권연구소 김사강 연구위원 인터뷰 中
현행 법무부의 체류관리 제도 상 방문동거(F-1), 동반(F-3), 연수(D-4) 비자를 보유하고 있는 이주배경 청소년은 무조건 대학에 진학해야만 성인이 된 이후에도 한국에 거주할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이주배경 청소년은 대부분 이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난 미등록 이주아동 출신 대학생 A 또한 마찬가지였다.
“선생님들도 그냥 다른 한국인 학생들처럼 취업 되겠지, 생각하신 거예요.”
대학생 A는 취업이 빨리 된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했다. 3년 내내 취업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마지막 관문인 채용 면접에서 현재 소지한 비자 때문에 채용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회사가 채용을 한다고 해도 일반연수(D-4) 비자에서는 취업 비자로의 변경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 말은 즉, 대학을 가지 않으면 이때까지 살아온 한국에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소리다. 진로 실현에 대학이 필요하지 않아도,
경제적 여건 상 대학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이들은 ‘체류 자격’,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어떤 전공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한국에서 계속 살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된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구조적 문제가 정말 존재한다면, 이주배경 청소년의 진로 교육에는 반드시 체류 자격이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주배경 청소년 진로진학 상담 매뉴얼에도, 실제 진행되고 있는 진로 교육 프로그램에도, 그 어디에도 체류 자격에 대한 요소는 고려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가 한번 해결해 보자”
이주배경 청소년의 꿈을 체류 자격이라는 틀 안에 가둬버리는 현행 비자 구조 속에서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를 찾아주고자 이 연구를 시작했다.
2. 문제 분석
2.1. 이주배경 청소년의 증가
2024년, 외국인 노동자 숫자는 2021년 5만 2천 명에서 3배 증가하여 역대 최고치인 16만 5천 명을 달성하였다. 이와 함께 이주배경 학생의 비율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에서 발간한 ‘2023학년도 다문화교육 기본 계획’에 에 따르면 서울시의 이주배경 학생 중 외국인 가정 자녀는 2019년 기준 5,122명에서 2023년 6,736명으로 증가하여
5년간 약 30%가 늘어나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림 1)
<그림 1 : 이주배경 청소년의 현황_프로퍼 자체 제작>
최근 저출산과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역특화형 비자 신설 등 외국인 유치를 위한 정책이 다수 시행됨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주배경 청소년의 수가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좌동훈 한국 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 위원은 “이주배경 청소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확인하고 짚어봐야 할 것은 증가하는 이주배경 청소년에 대한 정책, 전달 체계 등이
적절하게 준비되고 있느냐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인적 자원인 이주배경 청소년에 대한 세심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우리의 연구는 “현재 이주배경 청소년에 대한 정책, 전달 체계 등이 적절하게 준비되고 있지 않다.”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주배경 청소년은 누구이고, 현재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가?
2.2. 이주배경 청소년이란?
이주배경 청소년
‘본인 또는 부모가 이주의 경험을 가진 9세부터 24세 연령에 해당하는 자’로 여기서 ‘이주’란 국경을 넘은 경우뿐 아니라 북한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간주한다. 그 유형을 정리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
<그림 2 : 이주배경 청소년의 유형_출처: 이주배경청소년재단, ‘이주배경청소년실태조사’>
이주배경 청소년들은 동일한 용어 범주 안에 속해 있지만 각각의 배경과 출생지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 이주배경 청소년의 7가지 유형중 우리가 주목한 대상은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이주배경 청소년으로, 표에서는 3번(국내 출생 외국인 가정자녀) 과 4번 유형(국외 출생 외국인 가정자녀)에 해당한다. 국내/국외 출생 외국인 가정자녀를 대상자로 선정한 이유는 이들 중 일부가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주 자격 획득 전까지 한국 정주를 위해 체류 자격(비자)을 끊임없이 변경해야 한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혹은 성인이 되면 체류 자격(비자)를 필수적으로 변경해야 한다.
여기에서 ‘일부’는 외국인 가정자녀 중 재외동포 자녀를 제외한
방문동거(F-1), 동반(F-3), 일반연수(D-4, 미등록 구제 대상 포함)에 해당하는 체류 자격(비자) 소지자를 말한다.
각각의 체류 자격(F-1, F-3, D-4)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체류 자격과 체류 흐름의 개념에 대해 설명한 후, 보충하고자 한다.
2.3. 체류 자격, 그리고 체류 흐름이란?
<그림 3 : 일반적인 체류 흐름 과정_프로퍼 자체 제작>
한국에 체류하고 있거나, 체류하고자 하는 외국인은 체류 자격, 즉 비자를 취득해야 한다.
체류 자격이란 ‘외국인이 한국에 체류 또는 거주하면서 행할 수 있는 사회적인 활동이나 신분의 종류’를 말한다.
체류 자격은 ‘체류 목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한 번의 체류 자격 취득으로 한국에서 계속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대학교에 다닐 때와 회사를 다닐 때의 체류 목적은 다르기 때문에, 체류 자격 변경(비자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현재 체류 자격에 해당하는 활동을 중지하고 다른 체류 자격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체류 자격 변경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에서 계속 살고자 하는 외국인은 더 이상 취업 및 영리 활동에 제한되는 사항이 없는 안정적인 체류 자격인
‘영주(F-5)’ 자격의 취득까지 몇 단계의 절차를 통해 체류 자격을 변경해 나가야 하는데, 우리는 이러한 비자 변경 과정을
체류 흐름이라 일컫는다.
예를 들어, ‘유학(D-2)’ 비자로 한국에 체류하기 시작한 유학생이 한국에서 영주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구직(D-10-1)비자 → 취업비자 → 거주(F-2-99)비자 → 영주 자격(F-5) 획득의 과정(쉽게 말해, 구직활동을 하고 → 취업하고 → 오랫동안 거주하다가 → 영주 자격을 획득하는 과정이다.)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체류 흐름(그림 2)이라고 할 수 있다.
2.4. 체류 흐름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
방문동거(F-1), 동반(F-3), 일반연수(D-4) 비자를 소지한 이주배경 청소년들은
부모가 소지한 비자에 따라 자신의 체류 자격이 결정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방문동거(F-1)와 동반(F-3) 비자의 발급 목적은 ‘한국에 체류중인 인원이 해외에 있는 가족을 초청해 함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부모를 방문하기 위해 혹은 부모와 함께 살기 위해 한국으로 들어온 청소년이 보살핌이 필요한 미성년 시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 유학과 취업 등 새로운 체류 목적에 맞는 체류 자격 획득이 필요하다.
한편, 일반연수(D-4) 비자 소지자는 F비자 소지자와는 상황이 다르다. ‘미등록 이주아동’ 중 ‘국내 장기 체류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 자격 부여 방안’을 적용 받은 청소년이 대표적이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국내 외국인 아동 중 외국인 등록이 되지 않은 채로 체류하는 18세 미만의 아동이다. (쉽게 말해 한국에서 불법 체류하고 있는 18세 미만의 아동을 일컫는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크게 외국에서 살다가 들어온 경우와 국내에서 태어난 경우로 나뉜다. 전자는 외국인 등록이 만료되거나 애초에 미등록으로 입국한 경우이다. 국내의 미등록 체류자 부모 아래에서 태어나 외국인 등록을 하지 못해도 미등록 이주아동이 된다. 2021년 법무부는 한국에서 장기 거주한 미등록 이주 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유효한 ‘일반연수(D-4)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해당 비자는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만료된다.
정리하면, 가정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방문동거(F-1), 동반(F-3), 일반연수(D-4) 비자를 소지한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부모의 비자에 따라 발급받은 비자 혹은 교육 기간동안 한시적으로 발급받은 비자가 만료되어
새로운 체류 자격을 획득해야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새로운 체류 자격 획득을 위해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대학 진학’뿐이라는 것이다.
현재 법무부의 체류 관리 제도상 취업이 가능한 비자를 따려면 ‘학위’가 필수 요건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사실을 모르고 비자 변경 없이 성인이 될 경우 이들은 미등록, 즉 불법체류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등록’ 상태가 되는 것은 출입국법 위반사항에 해당하므로 이후 한국 거주 및 추방 후 재입국이 불가능해지는 치명적인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주배경 청소년이 한국에서 진정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자신의 ‘체류 자격’에 대한 이해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체류 자격에 대한 이해와 대비 없이는 한국에서 계속 살아가기도, 장기적인 미래를 계획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앞서 나열한 비자를 가진 학생들이 ‘체류 흐름’은 물론, 자신의 비자에 대해서도, 비자 자체에 대해서도 무지하여 진로 설계에 있어 체류 자격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학교 선생님이나, 일부를 제외한 센터 관계자들 또한 문제의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아래의 두 사례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자.
3. 사례 분석
3.1. “다른 한국인 학생처럼 바로 취업할 수 있는 줄 알았어요.”_대학생 A 인터뷰
팀 프로퍼가 만난 대학생 A는 필리핀에서 부모님을 따라 초등학교 1학년에 한국에 왔다. 부모가 미등록 상태가 되자 A도 자연스럽게 미등록 이주아동이 되었다가, ‘국내 장기 체류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 자격 부여 방안’을 적용받아 중고등학교에 재학하는 동안 일반연수(D-4)비자를 갖게 되었다.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A는 학교 선생님에게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특성화고에 진학하는 것이 유리하다.”라는 말을 들었고, A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할 생각으로 특성화고에 진학하였다.
고등학교 진학 이후로도 A는 여러 선생님들에게 “너도 다른 학생들처럼 취업이 가능할 거야.”라는 말을 들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자로는 취업이 불가하고, 취업을 위해서는 대학에 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3학년이 된 A는 예정대로 취업을 위한 자격증 취득 등 준비를 모두 마쳤다. 그러나 면접을 본 회사로부터 이러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비자로는 채용이 불가능합니다.”
특성화고를 졸업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비자가 만료되고, 전문 취업(E-7) 비자를 새로 발급받아야 하는데, 해당 비자는 ‘학사 학위’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는 채용할 의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입국으로부터 채용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3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는 유학 비자 발급 절차를 급하게 알아보고 대학교 진학을 준비하게 되었다.
하지만 비자 관련 정보를 얻는 과정도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부모님은 모두 외국인이라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아 도움을 줄 수 없었고, 주변 외국인에게 들은 정보는 정확성이 떨어졌다. 전문 행정사에게 돈을 내고 물어봐도 전문성 있는 답변을 주지 않았다. A는 결국 여러 번 주변에 도움을 구한 끝에 보증인을 구해 대학교 진학에 성공하였지만, 만약 실패했다면 꼼짝없이 미등록 외국인 신분으로 내몰리게 되었을 것이다. A가 미리 체류 흐름을 파악했다면, 취업을 위해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림 4 : 사례 1. 대학생 A의 문제 상황_프로퍼 자체 제작>
3.2. “국어국문학과 졸업하고, 계속 한국에서 살 수 있을까요?”_대학생 B 인터뷰
<그림 4 : 사례2. 대학생 B의 문제 상황_프로퍼 자체 제작>
또 다른 사례로, 우리가 만난 이주배경 청소년 출신 대학생 B (동반(F-3)비자 소지)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작가가 되고자 국문학과에 진학하였다.
그러나 현행 법무부의 체류관리 제도상 작가를 위한 취업 비자가 부재하여 대학 졸업 이후 체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작가가 아닌 다른 직업을 얻기 위해 추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하였다. (그림 4) 만약 B가 대학 진학을 준비할 때부터 미리 자신의 비자 변경에 대해 이해하고 대비했더라면, 미래의 한국 정주까지 고려하여 전공을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나 입시의 과정에서, 취업의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러나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겪게 되는 시행착오는 ‘불법체류’로 이어질 수 있기에, 그 무게가 더 무겁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주배경 청소년이 체류 흐름에 대해 미리 이해하고, 이를 고려한 진로 설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시급하다고 느껴졌다.
4. 기존 솔루션 분석
4.1. 데스크 리서치
아이들은 왜 자신의 체류자격에 대해 미리 알고, 대비하지 못할까? 왜 아무도 이 학생들에게 적절한 지도를 해주지 못했을까? 우리는 교육 현장의 지원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데스크 리서치와 다수의 현장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이 2021년 발간한 <이주배경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주배경 청소년 4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중 외국인 가정자녀의 응답을 보면, 가장 많이 받은 지원은 한국어교육프로그램, 멘토링 프로그램, 심리상담 프로그램 순으로 나타났다.
그중 국외 출생 외국인가정 자녀의 응답을 보면 한국어교육 지원 경험이 약 88%로 압도적이다. 한국어교육, 심리상담과 멘토링 프로그램은 한국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기의 이주배경 청소년의 성공적인 한국 정착과 적응을 위한 사업이지만 적응 이후의 장기 거주로 나아가고자 하는 청소년에게는 현실적인 체류 자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표에서 진로프로그램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외국인 가정자녀가 약 17%로 나타나는 것 처럼, 이주배경 청소년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을 비롯한 지역별 센터에서 ‘이주배경 청소년 진로진학 매뉴얼’ 및 ‘진로지원 프로그램의 한계와 방향’과 같이 이주배경 청소년의 진로를 주제로 한 여러 자료를 발간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점은 ‘진로지원’의 내용이 무엇인가이다.
자료 검토 결과, 진로지원은 주로 ‘직업 체험 프로그램’, ‘직업 탐방’, ‘적성 검사’ 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고
학생들의 체류 자격에 대한 교육이나 안내를 위해 마련된 지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은 직업을 경험하고 꿈을 찾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제빵사’ 라는 꿈을 키웠다가, 나중에 가서야 ‘제빵사는 체류 자격을 얻기 어려워서 너는 다른 꿈을 선택해야 해’ 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과연 진로지원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까?
팀 프로퍼는 이주배경 청소년의 수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진로 지원’의 카테고리 안에 ‘체류 자격을 고려한 진로 진학 설계 프로그램’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그림 5: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 현황 조사 결과_출처: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이주배경청소년실태조사‘>
4.2. 현장 인터뷰
“고등학교 졸업 이후의 비자 취득은 대학교에 가서 학생이 해결해야 할 몫이지 학교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이주민 밀집 지역 고등학교 A님 인터뷰 中
“이주배경 청소년 숫자 대비 활동가들의 수가 부족해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체류 자격을 고려한 상담이 진행되기 어려워요.”
- 이주배경 청소년 관련 활동가 B님 인터뷰 中
“(체류 자격까지 고려하여 진로 상담을 하는) 그러한 부분까지 생각해 보지 못 했는데…
점점 진로진학을 목표로 하는 이주배경청소년들이 증가하는 만큼, 센터에서도 해당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 글로벌청소년센터 관계자 C님 인터뷰 中
데스크 리서치에 이어, 학교 21곳과 센터 3곳의 진로진학 지원 현황을 파악하였다. 학교의 경우 행복나눔재단 ‘소음’에서 발간한 <중도입국청소년 진로진학 매뉴얼> 내 ‘중도입국청소년 지원 기관 자원맵’을 참고하여 이주배경청소년 밀집 지역별(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 남/북부) / 학교 유형별(중학교, 인문계고, 특성화고, 대안학교)로 컨택리스트를 작성하였고,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번호를 통해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한편, 센터의 경우 학교와 동일하게 이주배경 청소년 밀집 지역에 있는 센터를 리스트업하고, 사전에 메일로 인터뷰를 요청하였다. 이후 참여 의사를 밝힌 센터를 대상으로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대면 심층 면담 방식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상황에는 온라인 화상 회의의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인터뷰 결과, 데스크 리서치와 마찬가지로 진로 상담이나 직업 체험 프로그램 등 진로진학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은 확인할 수 있었으나 체류 자격을 고려한 지원을 제공하는 곳은 한 곳도 찾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1. 체류 자격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2. 체류 자격 고려하여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 학생의 몫이라고 생각하거나
3. 이주배경 청소년 개개인의 체류 자격을 고려하여 진로 지원을 해줄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문제 의식을 설명하였을 때, 이주배경 청소년을 관리하고 있는 센터의 관계자들은 이주배경 청소년의 미래에서 ‘체류 자격’을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에 크게 공감하였다.
그러나 공감에 그칠 뿐, 현실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동기와 여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
5. 문제 구조와 요인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 개발을 시작하기 위하여,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이 문제의 구조와 요인을 정리하고 개입 지점을 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주배경 청소년의 진로 설계 어려움’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요인은 ‘이주배경 청소년 당사자 개인이 비자 변경 및 취득 정보에 무지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성인기에 새로운 비자로 변경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로 아무런 대비 없이 비자 취득 시기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주배경 청소년은 자신의 상황에 왜 무지한가?
우리는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5.1. 한국말에 서툰 부모, 여력이 없는 학교와 센터
청소년이 정보를 얻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주변 어른이다. 경험과 정보가 부족한 학생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의 말을 쉽게 믿고 의지하게 된다.
따라서 학생과 가까이에 있는 어른이 비자에 대해 무지하다면, 이주배경 청소년도 관련 정보를 알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주변 어른’을 크게 부모, 교사 그리고 센터 관계자로 나눠보자.
먼저 가장 가까운 부모는 외국인으로, 한국어 능력과 정보 획득 능력이 떨어지므로 이주배경 청소년에게 도움을 주기 어렵다.
다음으로 교사는 이주배경 청소년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빠르게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존재이지만 이주배경 청소년의 비자에 대한 내용을 교사에게 알려주는 교육 자료가 없고,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살펴보았듯이 교사가 그것들을 찾아서 공부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팀에서 컨택한 다문화 밀집 지역의 A 고등학교의 경우, 천여 명의 학생이 있는 학교에 진로 선생님이 1명 뿐이었다. 따라서 교사가 체류 자격을 고려하는 것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며
문제를 인지하더라도, 이미 많은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 개인이 비자 제도를 이해하고 학생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일까지 도맡아 할 동기나 여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지막으로 센터의 경우, 비자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있고 맞춤형 진로 상담을 제공하기에 가장 좋은 공간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학교와 마찬가지로 인력이 부족한 상태이다.
‘비자’는 그 자체로 종류와 세부 내용이 매우 방대하고 복잡해, 전문가가 아닌 이상 혹은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는 자료가 있지 않은 이상 이해하기 어렵다.
이를 고려했을 때, 이미 기존의 업무를 소화하기도 빠듯한 센터가 비자 제도를 이해하고, 학생 개개인의 상황을 파악하여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는 일을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가장 많은 이주배경 청소년을 만나고 있는 지역의 센터조차 체류 자격이나 대학 진학 이후의 미래를 고려한 진로 프로그램은 제공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5.2. 정보를 얻을 창구의 부족
법무부가 발간한 사증민원 자격별 안내 메뉴얼을 참고하면 제일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고등학생이 600페이지에 달하는 문서 자료를 읽고 이해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림 6 : 사증발급 안내매뉴얼 표지와 목차_출처: 법무부 하이코리아, 사증발급 안내매뉴얼 0812>
주변 어른에게서 유의미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면 다음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인터넷 검색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비자에 대해 검색할 경우 가장 상단의 게시글은 행정사 사무소에서 작성한 블로그 글이다. 그러나 행정사 사무소의 글은 각각이 주장하는 바가 상이하여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기 어렵다.
한편, 사증발급 안내매뉴얼과 같이 어려운 내용의 자료를 이해하기 어렵다면 간편하게 외국인종합안내센터에 전화를 걸어 궁금한 내용을 문의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팀에서 비자 내용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전화를 해본 결과 대기시간이 매우 길어 원하는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없다.
5.3. 아직 문제를 실감하지 못하는 당사자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주배경 청소년들은 아직 체류 자격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부모님이 걱정 말라고 했어요. 성인이 되면 비자를 바꿀 건데 어떤 비자로 바꿀지는 그때 가서 정해보려고요. 그때 가서 바꾸면 될 일이라서요.”
- 동반(F-3)비자 소지, 중국 국적 이주배경 청소년 C군 인터뷰 中
학생들은 자신이 소지한 비자의 이름은 알고 있지만 해당 비자로 언제까지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지, 꿈과 연결되는 비자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 체류 흐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황이었다.
비자를 변경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일’이 아닌 ‘변경 시기가 오면 그때 준비하면 될 일’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비자 변경은 법무부에서 요구하는 요건 충족 혹은 필요한 서류를 모두 구비해야만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소지하고 있는 비자 만료일을 맞이하기 전부터 여유 있게 준비를 시작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자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아직 겪지 않은 학생들은 비자에 대한 이해나 공부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6. 해결하고자 하는 가설
앞서 설명한 ‘문제의 구조와 요인’ 파트의 내용을 가설로 정리하면 크게 두 파트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무지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가설이다. 이에 대한 핵심 가설은 ‘문제의 이해관계자들이 (이주배경 청소년, 학교 교사, 이주민 및 청소년 센터 등) 비자에 대해 무지한 것이 문제’이고
그 아래에는 그들이 이 문제에 대해 무지한 이유에 대한 가설을 작성하였다. 두 번째는 ‘이해하기 쉬우면서 신뢰성을 갖춘 정보의 부재’에 대한 가설이다.
이에 대한 핵심 가설은 ‘이주배경 청소년의 상황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 어려운 것이 문제다’이고 그 이유에 대한 가설을 아래에 작성하였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솔루션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가설은 다음과 같다.
문제의 이해관계자들이 (이주배경 청소년, 학교 교사, 이주민 및 청소년 센터 등) 비자에 대해 무지한 것이 문제다.
1-1. 이주배경 청소년의 경우 자신이 소지한 비자로 언제까지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지, 꿈과 연결되는 비자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1-2. 담임 교사 or 진로 교사가 이주배경 청소년만을 위해 센터와 연계하거나 비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기에는 일손이 부족하고 여력이 없는 상태이다.
1-3. 이주민 및 청소년 센터에서는 이주배경 청소년의 검정고시 지원과 진학 설명회, 진로체험 기회를 제공 중이다. 이주배경 청소년의 진로진학 지원은 많이 진행되고 있으나, 진로진학 설계에서 중요한 ‘체류 자격’에 대한 고려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1-4. 한국인 청소년 대비 소수인 이주배경 청소년이 ‘미래’에 겪게 될 피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당사자와 사회의 경각심이 낮다.
이주배경 청소년의 상황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가 힘든 것이 문제다.
2-1. 인터넷상 정보는 각각 사이트마다 말이 달라 신뢰하기 힘들다.
2-2. 미성년 이주배경 청소년에게 유의미한 조언과 정보를 제공해 줄 믿을 만한 존재가 부재하다.
해결하고자 하는 가설을 만족하기 위해서 솔루션은 이주배경 청소년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하되, 접근성이 좋은 형태로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이 솔루션을 통해 이주배경 청소년이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7. 논의 및 한계
우리의 연구는 아래와 같이 세 가지의 한계를 갖는다.
1.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연결되는 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대한민국의 현행 법무부 체류관리 제도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발생한 피해이기 때문에 사회 제도가 변경되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어렵다.
2.
사회의 관심을 통해 제도의 구조적 문제만 해결된다면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일임에도 ‘이주민’ 문제의 특성상 한국 사회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한계로 인해
유의미한 수치까지 해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3.
솔루션을 제공하는 우리조차도, 자주 바뀌며 적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자 특성상 100%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
위와 같이 우리는 비자 제도를 바꿀 수도 없고, 급변하는 제도의 내용을 모두 파악할 만큼 전문적이지 않다.
그러나 명확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주배경 청소년들의 꿈이 단지 ‘체류 자격’으로 인해 가로막히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너는 대학에 꼭 가야 해’, ‘진로 선택에 비자가 중요해’라는 조언을 아무에게도 듣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 후에야 뒤늦게 현실을 깨닫고 좌절하거나 미등록으로 내몰리는 이주배경 청소년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프로퍼는 이런 솔루션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체류 자격 기반 진로 설계 워크북 이미(immi)
체류 자격 기반 진로 설계 워크북 : 이미(immi)
솔루션 소개
체류 자격 기반 진로 설계 워크북 이미(immi)는 부모에게 종속된 체류 자격을 가지고 있는 이주배경 청소년이 자신의 체류 자격을 이해하고 진로를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워크북 형태의 솔루션이에요.
프로퍼(Proper.)의 목표
이주배경 청소년이 체류 자격으로 인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선택 대신, 체류 흐름 파악을 통해 꿈과 체류 자격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주배경 청소년의 체류 자격 기반 진로 설계를 위해, 당사자 및 이해관계자들이 봐야하는 자료의 부담을 30분의 1로 경감시켰습니다.
매우 중요하지만, 이주배경 청소년의 진로 설계에서 간과되던 ‘체류 흐름’이라는 개념을 고려한 최초의 교육자료이자 솔루션이라는 의의가 있습니다.
이주배경 청소년이 진로진학을 설계하며 겪는 시행착오를 줄여, 불필요한 경제적, 시간적 부담을 최소화합니다.
= ‘최소 시간’ 투자로 ‘최선의 선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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