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901은 어떤 문제를 바라보았을까?
한국어 학급 수료 후 교과서를 따라가기 어려워하는 중도입국청소년이 사고도구어를 학습할 수 있다면 교과서 독해가 가능해질 것이다.
0. 중도입국청소년, 그들의 일상
중도입국청소년에게 교과서는 여전히 읽기 어렵습니다.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서 살게 된 이후로 한국어를 조금 배웠지만, 학교 수업에서는 배운 적 없는 어려운 말들이 훨씬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에요.
“수업 듣다가 모르는 단어 있으면 그냥 놓치는 거예요. 못 알아들어요.”
S 학생
(특성화고 3학년, TOPIK 6급)
“(한국어 학급 수료하고) 중2 1년 동안 아무것도 못 알아들었어요. 일상 소통은 됐는데 수업시간에 뭐 하는지 아예 몰랐어요. 몰라도 그냥 ‘네’ 했어요.”
J 학생
(특성화고 2학년, TOPIK 5급)
“내용을 이해해도 문제(선지)를 읽으면 무슨 말인지 헷갈려서 못 풀 때가 많아요.”
H 학생
(일반고 3학년, TOPIK 5급)
1. 중도입국청소년의 개념 및 국내 현황
SS901은 중도입국청소년을 ‘외국에서 태어나 자라다 한국으로 입국해 살게 된 청소년’ 이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중,고등학교 시기에 입국한 학생들이 겪는 문제를 살펴보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 아직 합의되지 않은 중도입국청소년의 정의
<그림 1. 중도입국청소년 부처별 정의와 현황>
중도입국청소년 대상 실태조사 현황
•
2011년 ‘중도입국청소년 실태조사연구’ 발행 (한국청소년연구원)
“중도입국청소년들이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고, 어느 곳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입국 후 어떤 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들이 지니는 어려움은 무엇이고, 이들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
2012년 전국 초,중,고 재학 이주배경 청소년의 통계 집계
•
2024년 서울시 첫 ‘중도입국청소년 실태조사’ 실시
중도입국청소년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는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각 부처별로 정의 및 명칭도 아직 통일되지 않았습니다.
현존하는 정의롤 종합해 보면, 중도입국청소년은 이주배경청소년 중 하나입니다.
이주배경청소년은 탈북청소년(새터민), 다문화가정 자녀, 중도입국청소년, 외국인가정 자녀 등 이주와 관련된 배경을 가진
모든 청소년을 일컫는 명칭입니다.
| 중도입국청소년은 왜 한국에 올까요?
중도입국청소년은 본인이 한국에 오고 싶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것보다, 부모님이 한국에서 일하시는 등 가족을 따라서 비자발적으로 한국행을 결정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 유입 정책과 중도입국청소년 현황은 연관되어 있습니다.
1990년대 말 산업연수제부터 현재 시행 중인 외국인고용정책까지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취업이 제도화된 이후, 제조업 등 특정 분야의 인력 부족으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유입이 증가하면서 그들의 자녀 또한 한국으로 이주하는 사례가 증가했습니다. 그래서 인천광역시 연수구, 서울특별시 구로구, 경기도 안산시 및 경상남도 김해시 등 중도입국청소년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은 외국인 근로자가 다수 근무하는 지역과도 일치합니다. 이외에도 난민, 부모의 재혼 등 다양한 사유로 외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다가 한국으로 이주해 오는 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출신 국가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주로 재외동포(조선족) 가 많이 분포하고 있는 중국 출신이 절대 다수를 차지합니다. 공식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출신 국가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순이며, 압도적인 다수가 중국 출신입니다.
<그림 2. 연도별 중도입국청소년 학생 수 현황>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 및 청소년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내 중도입국청소년도 중학교 및 고등학교에 다닐 권리를 보장받습니다. 그러나 학교 출석부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교육의 시작일 뿐 완성이 아닙니다.
교육부 또한 이를 인지하고, “공교육에 진입하여 교육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고, 언어 장벽으로 학습·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어학급 설치 및 표준 한국어 교재 개발, 이중언어교사 파견 등 중도입국청소년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공교육 현장과 빈틈없이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내용
제 4 조 (권리 이행을 위한 국가의 의무)
당사국은 이 협약이 명시한 권리의 이행을 위해 모든 적절한 입법적·행정적, 기타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 보장을 위해 당사국은 가능한 모든 자원을 활용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이를 국제협력의 관점에서 시행해야 한다.
제 28조 (교육)
당사국은 아동의 교육 받을 권리를 인정하며 기회균등에 근거하여 이 권리를 점진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특별히 다음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1. 초등교육은 모든 사람에게 의무적이고 무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2. 일반 및 직업교육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중등교육 발전을 장려하고 모든 아동이 중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며 무상교육 도입 및 필요 시 재정적 지원 제공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3. 모든 사람에게 능력에 따라 고등교육 기회가 개방되도록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4. 모든 아동이 교육 및 직업에 관한 정보와 지침을 이용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5. 학교 출석률 및 중퇴율 감소를 장려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2. 중도입국청소년의 입국 후 학습 여정
중도입국청소년에게 한국어는 외국어이며, 대부분 한국에 입국한 이후 처음으로 한국어를 배웁니다.
입국 후 한국 학교 입학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선주민 학생들과 동일한 중·고등학교에 다닐 수는 있지만,
아직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워요. 그래서 중도입국청소년은 학교 안에 있거나, 외부 센터에 위탁해 운영 중인
한국어학급에서 먼저 한국어를 배우고 중도입국청소년은 처음 배정되었던 학급인 원적학급으로 복귀합니다.
학급에서의 문제
1. 한국어 학급: 학습이 아닌 학교 적응을 위한 한국어
기간
한국어학급이 중도입국청소년이 다니는 학교 내부에 설치된 경우에는 최대 4학기, 글로벌청소년센터 등 학교 외부 기관에 위탁하는 경우에는 최대 1년 동안 다닐 수 있습니다.
목적
“학습 및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학교 생활 적응을 위한 언어 및 문화 학습”
•
학교 친구 및 선생님과 학교 속 일상생활을 주제로 대화
교재
<표준한국어>
•
국립국어원 편찬
•
초등학생용 및 중·고등학생용
◦
의사소통편 1~4권, 학습도구편 1권
2. 원적학급: 교과학습이 이루어져야 하는 곳
교사들은 미적분, 문화 동화 등 추상적인 교과 개념을 정해진 시간 내에 전달해야 하며, 진도 범위를 다 가르치기 위해서는 중도입국청소년처럼 모르는 단어가 많은 학생들을 위해 모든 단어를 일일이 쉬운 말로 바꾸거나 설명해 줄 시간이 없습니다. 중도입국청소년이 모르는 단어들은 특정 교과목에만 등장하는 개념과 교과서와 같은 학술 텍스트에 자주 등장하는 한자어 등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 많습니다.
중고등학교는 가설 및 연역적 사고 등 형식적 사고가 가능해지는 시기로서 인지 발달에 있어 핵심적인 단계이고, 청소년기 교과 개념 습득은 개인의 성장에도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중도입국청소년의 공교육 진입 여정은 한국 학교 및 한국 생활 적응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어학급 과정을 성실히 학습하더라도, 선주민(한국 출생 한국인) 학생과 함께 교과학습이 이루어지는 교실에서 학습하기에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원적학급 속 중도입국청소년이 겪는 문제
1.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은 하위권
7개월 전 한국에 온 최유진(가명) 학생은 중국에서는 전교생 600명 중 30등 안에 들 정도로 우수한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일반 중학교에 입학 후 성적이 하위권에 머무르며 노력해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울고 싶어요. 중국에서 학교 다닐 때 600명 중에 30등이었어요. 중국에서는 공부 잘 했는데…(눈물)”
중도입국청소년 최유진 (가명), 일반중학교 3학년, 중국 출신
유진이는 한국에서도 교과 학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등장하는 모르는 단어는 사전과 번역기에서 뜻을 검색해 항상 메모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단어가 대부분이라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복잡한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역사와 사회 과목에서 어려움을 느껴 지난 학기에는 아예 공부하는 것을 포기하고 E등급을 받았다. 다른 과목들은 포기하지 않고 시험에도 성실히 응시했지만, 한국어가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는 영어 과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성적이 D등급에 그쳤다.
2. 기초 한국어와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 치중된 센터의 한국어 교육
유진이는 한국에 입국한 이후 현재까지 7개월 동안 꾸준히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유진이는 센터 선생님이 TOPIK 3급 교실에서 1등이라고 추천할 정도로 현재 일상생활에서 한국어를 잘 합니다. 집 근처에는 중도입국청소년이 들을 수 있는 한국어 수업이 열리지 않아 매일 왕복 3시간의 이동시간을 감수하며 수업을 듣지만, 센터에서 개설되는 수업을 아무리 열심히 들어도 학교 선생님의 설명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3. 구조적 지원이 열악한 학교 내 환경
“선생님은 이해하지 못하면 물어보라고 하세요. 그런데 모르는 거 너무 많아서 물어보지 못해요.”
중도입국청소년 최유진 학생(가명), 일반중학교 3학년, 중국 출신
유진이는 학교의 유일한 외국인 학생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물어보라고 하셨지만 유진이는 선생님께 질문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유진이가 모르는 단어는 교과서 한 페이지 당 2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일일이 선생님께 질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유진이의 학교는 일과 중에 개인 휴대전화를 수거하기 때문에, 학교에 있을 때 혼자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학생의 모국어와 한국어에 모두 능통한 사람의 번역이나 통역에 의존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한국어로 원활한 소통이 어렵다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각 시·도 교육청에 신청 시 예산 배정을 통해 이중언어강사를 고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방식은 교사가 직접 모집 공고 및 강사 채용 과정을 담당해야 해, 교사가 먼저 적극적으로 신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주배경학생이 20% 이상이어서 다문화교육 정책학교로 지정된 경우는 더 많은 강사를 고용 가능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 시간제 근무 한두 명에 그친다. 주 40시간, 시간제 강사의 경우 주 15시간 내에 학교 내 가정통신문 번역 등 기타 업무 지원까지 병행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직접 중도입국 학생들의 모국어로 교과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과 교사의 말을 옆에서 실시간으로 통역하는 역할로 일부 수업에만 참석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방식은 학생이 직접 번역기나 사전을 활용해 모르는 내용을 일일이 찾아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학습 지연을 불러오거나, 언어 학습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단어를 검색하는 경우, 교과서 1쪽 당 모르는 단어를 찾는 데만 1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온라인 번역기는 내용을 곧바로 모국어로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오역이 잦고 언어 학습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터페이스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하면 이마저도 이용할 수 없다. 일부 교사들은 직접 교과서 단어장을 만들어 학생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관산중학교의 A 교사는 개인적으로 학생의 모국어-한국어 병기 수업 자료를 제작하는데, 1시간 수업을 준비하는 데 평균 3-4시간이 소요됩니다고 말했습니다. 소수의 열정적인 개인이 노력하는 경우 외에는 학교에서 적절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교과 학습 미비로 인해 파생되는 기타 피해
1. 학습 부진으로 인한 정서적 피해
중도입국청소년은 학습 능력은 충분히 갖고 있으나 언어 장벽으로 인해 무력감을 느낀다. 특히 유진이처럼 본국에서 우수한 학생이었으나 한국에 와서 성적이 낮아지는 경우, 심리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유진이는 스스로 한국어 수업이 제공되는 센터를 찾아 매일 편도 1시간 이상 이동하는 등 예외적으로 노력을 많이 하는 사례입니다. 비슷한 경험을 한 다른 학생의 경우에는 학습 부진이 지속되자 무기력함, 절망감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저 친구 오빤데, ‘아무것도 못 알아듣는데 교실에 앉아 있는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아냐고, 정말 미칠 것 같다’고 그랬대요.”
바라카작은도서관 L 교육 팀장, 5월 3일 바라카작은도서관 인터뷰 중
인터뷰에서 언급된 학생은 S 학생처럼 본국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온 이후 언어 때문에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험이 반복되어 학습에 부정적인 감정이 형성되었습니다.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학생의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학습 언어가 자꾸 안 되면 자존감이 굉장히 떨어져요. ‘나는 아무것도 못해’ 그런 것 때문에. 그런데 학생들이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학습 언어를 몰라서 문제를 못 푸는 거거든요.”
관산중학교 A 교사, 5월 17일 관산중학교 인터뷰 중
2. 공교육 부적응 및 이탈
“학교에 가서 자고 (…) 이제 학교 안 다니고 싶으니까 자퇴했어요. (교과서를) 읽기가 어려우니까. 다른 과목 선생님 설명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서 공부 안 했으니까.”
박세르게이, 중도입국청소년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둔 우즈베키스탄 출신 박세르게이 학생은 처음부터 수업을 안 들으려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침 9시부터 매일 적어도 6시간 동안 학교에서 진행되는 수업은 세르게이가 배운 한국어로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웠다. 선생님 설명이 어려워도 해결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니 자연스레 교과성적은 중하위권이었고, 실패 경험의 반복은 학업 의지를 꺾었습니다.
앞서 L 교육팀장이 공유한 사례 속 학생 또한 학습 부진으로 인한 무기력이 지속되어 학교 무단결석으로 이어졌다. 점점 집 밖을 나가지 않는 횟수가 증가하고, 무단결석 누적으로 인해 고등학교 자퇴로 이어졌다. 특히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시기에는 교과 내용 및 사용되는 한국어 수준이 갑자기 어려워져 중도입국청소년의 공교육 이탈률이 유독 높은 시기입니다.
3. 좁아지는 진로 선택의 폭
학습에 대한 어려움은 중도입국청소년의 추후 진로 선택 문제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중도입국청소년을 온정적으로 바라보는 현장 관계자들도 공통적으로 특성화고에 진학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로 교과 학습이 어려운 학생들은 교사의 추천으로 인해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경우가 70% 이상입니다. 용산교육복지센터 외 측에서도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 환경 속에서 중도입국청소년이 수업을 이해하는 것에 한계가 있으니 차라리 다른 길을 찾아 한국 사회에서 적응하는 것을 추천한다. 중도입국청소년들은 수업 이해를 못해 학습 측면에서 성취할 수 없거나, 또는 학습에 흥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진로를 선택하는 폭도 좁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학습하는 것은 되게 좋은데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차라리 학습에 대한 부분을 접으면 다른 방향으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저는 웬만하면 우리 아이들은 기술 배우는 특성화고등학교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경제적이고 자기 삶을 스스로 주도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거든요.”
K 센터장, 5월 8일 용산교육복지센터 인터뷰 중
3. 문제의 구조와 원인
중도입국청소년의 학습 여정 상 존재하는 간극
<그림 5. 한국어학급 <표준한국어> 교재 및 중등 사회교과서 지문 비교>
학습 여정에서 거치는 한국어학급, 그리고 원적학급으로의 복귀 시 사용하는 교재를 살펴 보면 한국어 교육 내용 상의 공백이 드러난다. <그림 n>의 좌측에는 한국어학급에서 사용하는 <표준한국어>교재 문장이 제시되었습니다. 해당 교재는 한국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하거나 기초 단계인 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 신장을 위해 집필되었습니다. 그림 우측에 등장하는 교과서 본문은 학술적 정보를 전달하는 글로, 각기 상정하는 상황에 차이가 있습니다.
<그림6. 한국어 체계>
국어교육 및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Korean as a Second Language, KSL) 교육에서는 두 교재 속 한국어를 각각 생활한국어와 학습한국어로 범주화한다. 우선 생활한국어는 한국어학급에서 주로 가르치는 한국어로,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는 단어 및 표현 위주로 구성되었습니다. 학습한국어는 교과서나 논문 등 학술 텍스트에서 학습을 위해 사용되는 언어로, 생활한국어에 비해 한자어 비율이 높고 추상적인 개념을 다루는 용어가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학습 한국어는 각각 사고도구어와 학습개념어로 한 차례 더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중 사고도구어는 “여러 학문 분야에 두루 걸쳐 나타나면서 사고 및 논리 전개 과정을 담당하는 인지적이고 학술적인 언어 능력 신장의 기반이 되는 어휘”입니다. 중학교 수준 교과서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해, 대학 수준의 학술적 논문 등에 자주 등장하는 어휘이기도 합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KSL) 학습자의 특성
(1) 언어 능력 및 학습 구조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데 필요한 언어 표현 능력은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로 크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 중 가장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능력은 읽기 능력입니다. 개념서인 교과서를 읽을 수 있어야 교사 설명을 이해하고, 발표 등 교과서 기반 학습활동 참여 또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읽기 능력과 가장 관련이 큰 언어 능력은 어휘력입니다. 인천의 한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S 학생은 수업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단어 학습에 하루 2시간가량 투자한다.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모르는 단어를 메모하고, 센터의 TOPIK 1급 수업시간에 해당 단어를 선생님께 질문한다. 단어 학습이 우선되어야 한국어 텍스트 이해가 쉬워진다는 경험 때문입니다. 경험적 측면을 넘어, 어휘와 독해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윤소영은 2008년 연구에서 알고 있는 단어 개수인 어휘량이 많으면 읽기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밝혔습니다. 최상민(2007)은 한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어휘력과 영어 성적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어휘력이 영어 성적과 가장 높은 상관관계가 있으며, 어휘 지식을 길러줌으로써 영어 성적을 높일 수 있습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더 많은 단어를 알게 되면 더 빠르게 글을 읽을 수 있고, 언어를 통한 학업성취도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2) 언어 습득 속도와 실제 요구되는 언어 능력 간 격차
중도입국청소년에게 한국어는 외국어입니다. 일상 한국어는 1-2년 안에 습득할 수 있더라도 학업을 평균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학습 한국어를 구사하는 데에는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표면상으로는 일상 수준의 소통에서는 어려움을 겪지 않는, 소위 한국어를 잘한다고 평가받는 학생이더라도 교과목 독해에 필요한 한국어는 미흡할 수 있습니다. 현장 인터뷰 차 방문한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 용산교육복지센터 및 중학교 2곳 모두 해당 학생들이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중언어교육 연구 분야 선두주자인 J. Cummins는 여러 연구를 종합한 결과, 외국어로서의 영어 학습자는 적어도 6년 간 언어를 학습해야 여러 교과 영역에서 성취도 ‘평균’ 수준에 달성하며, 그럼에도 모국어 화자와 완전히 동일한 수준은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제시한다. 아래 그래프는 이러한 간극을 시각화한 것입니다.
<그림 7. 연령에 적합한 수준의 생활 언어 및 학습 언어 능력 도달에 필요한 시간>
언어 학습 측면에서 여전히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따라가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 년이 걸려야 자연스럽게 교과 학습 평균수준에 도달한다는 이유로 학습 한국어가 부족한 상황을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학생들은 당장 학교에서 수업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효율적으로 학교 수업 이해를 달성하게 하는 ‘사고도구어’
학습한국어 어휘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학습개념어(교과개념어)와 사고도구어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중 사고도구어는 효율적으로 교과서 읽기 능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 어휘입니다.
사고도구어는 여러 학술 텍스트 (학교 현장에서는 여러 과목 교과서)에 두루 나타나는 어휘입니다. 또한 직접적으로 사고도구어를 배우는 과정 없이는 ‘제대로’ 학습되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일단 학습되면 한국어 사용 능력 신장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국내 사고도구어 논의를 시작한 신명선 교수는 “국어 사고도구어 교육 연구” (2004)에서 사고도구어의 정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이 왜 사고도구어를 효과적으로 국어 사용 능력, 그 중에서도 교과서 읽기 능력에 도움을 주는 어휘로 사고도구어를 학습하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단어 비율인 어휘 임계치에 빨리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계치’는 외부로부터의 지원 없이 텍스트를 읽기 위해 필요한 최소 어휘 수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 텍스트에 등장하는 어휘 중 어느 정도를 알 때 해당 글을 이해할 수 있는지를 수치화한 개념입니다.
100단어짜리 글이 있을 때, 100단어 중 55단어 이상을 알아야 글의 내용을 최소한 이해할 수 있으며, 95~98단어가량 알면 글의 내용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임계치 이론의 주장입니다.
중학 교과서의 경우 100단어 중 평균 5~8개의 다른 사고도구어가 등장하지만, 이 단어들은 여러 번 사용되기 때문에 등장 횟수를 계산하면 약 20회 정도가 됩니다. 이는 단어가 한 텍스트에 등장하는 비율인 텍스트 점유율을 예시를 들어 설명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학생들은 사고도구어만 배워도 텍스트 내 아는 어휘 비율을 20%가량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즉 사고도구어는 아직 학습 한국어가 완전히 숙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과서를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사고도구어를 학습하면 글의 내용 및 교과 개념 간 관계를 한 번에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생산은 상품을 만드는 것과 상품을 운반, 저장하고 판매하는 것도 생산에 포함한다.’ 라는 문장에서
‘포함한다’의 뜻을 모른다면 제조, 운반, 저장, 판매가 모두 생산의 하위 개념이라는 것을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학교 수업에서는 교과 개념어 전달이 우선시되므로 중도입국청소년이 학교에서 사고도구어를 별도로 학습할 기회는 전무합니다.
4. 해결하고자 하는 가설
한국어학급 수료 후 교과서를 따라가기 어려워하는 중도입국청소년이 사고도구어를 학습할 수 있다면 교과서 독해가 가능해질 것이다.
중도입국청소년은 원적학급에 복귀 이후, 교과학습을 위한 한국어 학습을 스스로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현장 인터뷰에서 중도입국청소년이 어려워하는 교과목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3개 이상의 센터와 교사 5명 이상이 ‘사회 및 역사’ 교과목이라 답했습니다. 한국 문화 및 사회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할 뿐더러, 중도입국청소년이 어려워하는 한자어 등 단어들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교과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SS901은 이런 솔루션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중도입국청소년의 교과 학습 이해도 향상을 위한 단원별 사고도구어 학습 관리 서비스 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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